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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제형물

옛날에 썼던 거라 좀 이상함... ㅋㅋ 그래도 백업용으로 업롣.
엄청 야하진 않고 mature?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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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아, 저 나비 예쁘다, 그치?”  

동생은 저 멀리에 날아가는 보랏빛 나비를 보며 순진하게 웃었다. 노을 지는 시간에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나와서 보았던 예쁜 나비. 정말 별 것 아니었지만 그 기억은 그에게 아주 생생히 남아 있었다. 꽤나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글세, ‘남아 있다’고 표현하는 건 좀 이상할 지도 몰랐다. 그는 그 기억을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기보다는 그 기억이 자꾸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를 안는 동생의 어깨에 보랏빛 나비가 얌전히 앉아 있지는 않을 테니. 그는 그 조그맣고 반짝거리는 나비가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찢어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몰랐다. 매번 힘든 날만 찾아와 저를 안는 동생을 뿌리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동생에게 그러하듯, 그는 그 나비에게 손 끝 하나 댈 수 없었다. 일부는 동생의 방해 때문이었다. 방해라는 표현은 좀 너무할 지도 몰랐다. 동생은 그냥, 그가 제 어깨 너머를 멍하니 바라볼 때마다 비웃었다. 형, 그렇게 정신 놓을 정도로 좋아? 그는 항상 어린 동생의 그런 웃음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비에게서 눈을 떼고 제 위에서 화사하게 웃고 있는 동생에게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그는 악마의 웃음이 제 동생의 웃음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악마는 필히 그처럼 아주 아름다울 것이다. 그래야 그에게 홀려 꿈속에 빠질 수 있을 테니까.  

 한편으로 그는 나비를 찢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제 손으로 키운 동생에게 무자비하게 박히는 꼴을 혐오하는 동시에 사랑했기 때문이다. 어린 혈육과의 섹.스는 지나치게 달았다. 아름다운 악마는 여러 사람을 받느라 잔뜩 지친 몸과 마음을 달디 단 꿈속으로 이끌었다. 처음에 동생과의 섹스에서 이렇게 느껴버렸을 때, 그는 자신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혈육에게, 그것도 저보다 어린 동생에게 안기며 좋다고 울다니. 그는 동생이 찾아올 때마다 그런 자살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꿈이 너무나 달콤했다. 그 애가 곁에 없을 때에도 그를 타고 올라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그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동생의 어깨에서 아름다운 보랏빛 나비가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은.  

 그 날도 그는 다리 사이에서 폭발하는 쾌락의 물결 속에서 신음하다가 그 나비를 보았다. 지독히도 아름답고 잔인한 보랏빛 나비. 혐오감이 솟았다. 그는 그것을 잡아 찢을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 그 때 저를 탐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줄 알았던 동생이 자신의 어깨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형, 이 나비 예쁘지? 아름다운 악마는 기억 속처럼 천진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어뜨렸다. 그래서 그 날도 결국 나비를 죽일 수 없었다.  


2.  
 어린 시절에 보았던 보랏빛 날개를 가진 나비,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이었지만 그는 그 나비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춤을 추듯이 우아한 몸짓으로 하늘을 헤엄치던 나비는 정말로 아름답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그는 나비가 되고 싶었다. 일이 한참 꼬이고 꼬여서 형이 사창가로 팔려가고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걸 바라보기만 해야 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나비가 되고 싶었다.  

 형과 몸을 섞기 시작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낮선 남자와 함께 방에 들어가는 형을 보면 항상 부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빈 공간이 조금도 없는 컴컴한 껍데기 안에서 천천히 썩어가는 그런 기분. 가끔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이름 모를 사람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있을 형을 상상하면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어느 날은 그 갑갑함이 그의 목에 달려들어 죄기 시작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강한 힘에 그가 삶의 의지를 놓았을 때에야 갑갑함은 물러섰다. 그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이 번데기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아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 날, 그는 하루의 마지막 손님을 받고 잔뜩 지쳐 늘어져 있는 형을 안았다. 충동적인 짓이었다. 정말로 자신이 그랬는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어쨌든 그는 행위 내내 즐거웠다. 어릴 때에 그랬듯이, 형은 하늘색 눈동자에 자신만을 담아주었다. 더러운 사내새끼들이 아니라 동생인 자신. 동생만을 바라보며 애원하고, 울고, 신음했다. 형의 안은 데일 듯이 뜨거웠다. 그는 그 환상적인 속을 제멋대로 헤집으며 즐기다가, 문득 그는 어릴 적에 보았던 보랏빛 나비를 떠올렸다. 쾌락은 그 나비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만큼 아름답고 순수했다. 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지, 섹스가 끝나고 조금 울었다. 그는 말없이 저보다 큰 덩치의, 그렇지만 어린애처럼 우는 형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것이었다. 형도 보랏빛 나비를 좋아했었으니까. 

 그 이후로도 그는 계속 형과 몸을 섞었다. 그는 모르는 척 하며 전부 관찰했다. 형의 눈에 스쳐가는 혐오감과, 체념과, 마침내 찾아오는 추한 기쁨을. 그 모든 감정들이 지나고 나면 푸른빛 눈동자는 그의 어깨 너머 어딘가로 고정되곤 했다. 뭘 그렇게 보는지, 그는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더 거칠게 형을 탐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날, 처음으로 형은 바라보기만 하던 그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그는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제 어깨에 앉아 있는 보랏빛 나비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지금까지 이걸 보고 있던 거였어? 신비롭고 눈부신 보라색 날개를 뽐내며 나비는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형, 이 나비 예쁘지? 그 순간 멍하니 풀려 있던 형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리고 뻗었던 손은 툭 하고 떨어졌다. 형은 설마 죽이고 싶었던 걸까, 이 예쁜 생명체를. 그 생각이 너무 재미있어 그는 웃음을 흘리며 형에게 키스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우화해서 나비가 되자. 커다랗고 찬란한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나비가. 깊고 달콤한 키스는 끝나지 않을 듯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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