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톡? 하텟하
“텟쨩, 아침이야.”
귀로 흘러들어오는 나직한 목소리와 어깨에 와닿는 조심스러운 손길. 덕분에 테츠야는 눈을 떴다.
“으… 언제 잠들었지.”
“잘 거면 그냥 집 가지.”
한탄을 뱉자 걱정 배인 대꾸가 돌아왔다. 일 남겨두고 집에 가긴 싫다고, 테츠야는 작게 투덜거리며 그를 깨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픽 웃었다. 그렇게 말한 장본인도 제대로 못 잔, 아주 까칠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정말이지 레코딩 작업 기간에는 다들 어쩔 수 없다. 테츠야는 쭉 기지개를 켰다.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어서 온몸이 뻐근했다.
“여기.”
안 그래도 처진 눈이 더 처져 보이는 하이도가 머그잔을 건넸다. 커피였다, 당연하게도. 아까부터 공기 중에 은은한 향이 떠돌더니 그새 이걸 내렸나 보다. 일어나자마자 커피 대령해주는 연인이라… 어느 호텔 방에서 숙면을 하고 난 뒤였으면 로맨틱했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유감이다.
“고마워.”
“아침은 못 만들겠으니 그걸로 만족해줘.”
그의 생각을 읽은 건지 하이도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사약처럼 진한 커피를 들이켰다. 그 모양새 하나하나에서 피곤이 뚝뚝 떨어졌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테츠야는 아직 덜 깬 머리로 생각하며 커피를 머금었다. 여전히 졸렸다.
“음… 오후 회의까지 아직 시간 좀 있네.”
아이패드를 휙휙 넘기던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테츠야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에게 반응했다. 머리가 멍해 그리 대단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피곤하지?”
하이도의 물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까닥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자러 갈래?”
“…어?”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잔뜩 충혈된 눈을 비비며 그가 덧붙였다.
“스케줄 조금 여유 있잖아, 적어도 오후까지는. 나도 근처 호텔에서 쪽잠만 자고 나와서.”
테츠야도 고개를 들어 건너편 화이트보드의 일정표를 보았다. 어제 작업하다 꼴사납게 자버리긴 했지만, 확실히 오전 시간대에는 조금 쉬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온종일 졸려 하는 것보다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고 오는 게 낫긴 하다. 정말이지 그 다운 다정한 제안이었다. 아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스튜디오에 발도장을 찍은 것도 사실은 테츠야 자신 때문일 거다. 테츠야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여간, 뻔하다니까. 그의 웃음에 하이도가 왜 그러냐는 듯 눈을 치켜떴다.
“그런 뜻이어도 괜찮은데. 가자.”
테츠야가 겉옷을 챙기며 말했다. 뭐래, 절대 무리야. 그를 따라 일어나며 하이도가 답했다.
천하의 하이도여도 모를 것이다. 그가 뱉은 말은 진심이라는 것. 아무리 피곤에 전 꾀죄죄한 모습이어도 그 다정함 때문에 테츠야에겐 정말 미친 듯이 섹시해 보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