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직접 찍었다. ㅋㅋ)
더 에콜로지스트라는 환경 잡지에서 음식 생산에 관한 기사를 모아 만든 책이다. 음식편과 패션(옷) 편이 있는데, 내가 본 것은 보다시피 푸드 편.
친구가 최근에 비건이 되었다. 가축 사육 때문에 환경 오염이 많이 되어서라고 한다. 그래서 가축 사육과 환경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그런데 책 내용은 조금 의외였다. 가축 사육은 분명 큰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만, 그만큼 야채와 과일 생산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도 크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식물 재배(오렌즈 주스에 들어가는 오렌지, 차, 올리브 등)에는 환경 파괴도 환경 파괴인데,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도 크다고 한다. 특히 세계적인 차 브랜드의 농장에서 일하는 여자 노동자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 감독관들에게 성행위를 요구 받는단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기사 모음이라 한 주제의 내용이 깊지는 못한 책이다. 개괄적으로만 설명하고 넘어간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식량 생산에 있어 윤리/환경적인 문제를 돌이켜 보게 했다.
최근 일이년 사이에 나도 '윤리적인 소비'를 많이 의식하게 된 것 같다. 현대의 식량 생산에 이렇게나 많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게 옳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음.
흔히 윤리적인 소비라고 일컫어지는 비건도 이 문제에 대해선 완전히 결백하진 않는 듯하다. 비건은 고기만 지양하는 것이니까. 물론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고, 모두 존중한다. 알러지 때문에 못 먹는 사람도 있고, 동물을 죽이기 싫어서 안 먹을 수도 있고, 가축 사육 환경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비건인 사람이 야채/과일 생산에 얽힌 환경 문제와 윤리적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갠적으로는... 이미 고기 옵션을 제하고 사는 데에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대량 생산되는 과일이나 야채 마저 지양하고 관심을 기울이기는 너무 힘들 것 같다.) 결국 비건은 결코 논-비건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선택 문제란 생각이 든다.
최근 일부 비거니스트들이 고기집에 들어가 비건 시위를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의 선택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 생각해서 그런 우를 범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사례만 보고서 비건 자체를 조롱하는 행위도 정말 저급함...)
잠깐 비건에 관한 이야기로 빠져 보자면... 나는 '동물이 불쌍하다'거나 '다른 생명을 빼앗아서' 비건을 한다는 사람에게는 동감하지 못한다.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류의 생각은 내 가치관과는 다르다. 어릴 때 문득 내가 먹는 모든 것들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닫고 기분이 묘해진 적이 있었다. 돌멩이를 씹으며 살 수는 없는 거다 인간은. 과학이 발달해서 정말 알약만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 모를까. 인간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필연적으로 다른 목숨을 뺏으며 산다. 그래서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 자체가 싫어서 비건을 한다는 데에는 공감이 잘 안간다.
하지만 비윤리적인 가축 사육에 환멸을 느껴서 비건을 한다는 데에는 많이 공감하는 편이다. 최근의 대량 사육 시스템은 정말이지 인도적이지 못하니깐. 인권 침해나 환경 문제도 있고.
그래서 만약 후자의 이유로 비건을 한다면, 직접 사냥한 고기나 윤리적인 방식으로 키워지고 가공된 고기는 먹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만약에 내가 비건이 된다면 그런 비건이 될 것 같다. 뭐 내가 직접 도축 장면을 본 적도 없고 먹을 동물을 직접 죽여본 적도 없으니 그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장면을 본다면 나도 그냥 동물 죽이는 것 자체에 환멸을 느껴서 비건이 될 지도 모르고.
어쨌든 각종 문제에서 벗어난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다면... 비건만이 아니라 자급자족이 답인 것 같다. 책에서도 자급자족(한 마을에서 키운 작물들을 그 마을에서만 소비함)과 유기농 농법을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법으로 제시하고 말이다. 굳이 비싼 유기농을 먹고 싶단 생각 하지 않았었는데... 앞으론 공정무역이든 유기농이든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음 (실천은 다른 문제지만... 이런 데에 노력과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ㅠㅠ 일단 밥을 전부 다 밖에서 먹고요...ㅠㅠ 나인투식스 노동이란 건 정말 사악하다)
아무튼 잘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