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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9월 페미니즘 스터디 : 대리모 같은 소리 / 무스탕 랄리의 여름

<대리모 같은 소리>

미국에서 드물게 대리모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작가가 쓴 책.
왜 대리모에 대해 규제가 어렵고 어떤 식으로 착취가 발생하는지 잘 다뤄줘서 좋았다. 구체적으로 산모들이 어떤 위험과 정신적 붕괴를 겪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특히 다른 난자를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게 유산 위험을 높인다는 게 충격이었음. 대리모(따옴표 써야하지만 편의상 생략...)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채로 대리모산업만 매우 발달한 것 같다는 느낌.
한편으로 대리모 산업 성행이 서양이라서 가능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듬. 서양은 근대이전엔 어머니-자식관계를 일종의 기계관계처럼 해석했어서... 지금 생각이 안나서 설명이 어려운데ㅠㅋㅋ 동양만큼 부모자식관계를 강조하지 않아서 대리모란 개념이 쉽게 파고든 거 아닐지함. 한국에선 대리모란 걸 듣고 거부감을 보일 사람이 더 많을테니.
작가가 인공자궁 개발에 반대하는 건 좀 의외였다. 어떤 페미니스트는 인공자궁을 여성이 재생산행위에서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기도 하기 때문.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책에서 인공자궁 개발에 착취당할 여성들을 이유로 반대해서 머리 맞은 기분이었다. 개발까지 가는 과정엔 여자들의 희생이 필요한 게 맞는 말이라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음.
대리모산업과 왜 그에 대해 반대해야하는지 한눈에 보기 좋았던 책. 그런데 너무 개괄적이라 정보가 좀 단편적이다. 대리모산업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이 책에 언급된 다른 책들을 읽는 게 좋을 거 같다.

<무스탕 랄리의 여름>
굉장히 충격적이고 씁쓸했던 영화였습니다. 여자아이들의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결혼이란 이름 아래 팔리는 게 슬펐어요. 그걸 막내 랄리의 시선으로 무구하게 그려서 더 잔잔하게 슬펐던 거 같습니다. 자매들의 결혼 이야기가 중심인 건 작은아씨들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작은아씨들은 결혼을 그래도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그렸는데 이 영화는 더 현실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셋째언니가 자살하는 부분이나 축구응원 같은 부분을 보면 십대 특유의 충동과 그때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 감수성 등을 잘 살린듯. 터키문화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데 그런데도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생생했습니다.
옷차림을 보면 현대 배경인 거 같은데 도시의 풍경관 반대로 자매들은 보수적이고 감옥같은 생활을 합니다. 오로지 누군가의 아내로서 팔리기 위해 길러지는 것이고요. 이런 게 현실에 서 벌어지는 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형태만 좀 다를뿐 여성 착취가 계속 일어나고 있단 생각이 들어 씁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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